수술실 비우는 의사들…공공연히 자리 메꾸는 '불법 인력'

진료보조인력 93%가 '의사업무 수행'…구두(口頭) 처방부터 혈관 채취까지
의협 "낮은 수가가 근본적 원인"…노조 "정부가 실태조사 나서야"

  "다른 데서 혈관을 떼서 심장에 이어붙이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서둘러 끝내야 할 때, 집도의는 심장 쪽을 만지고 제가 다리에서 혈관을 채취해서 보존하고 있는 거죠."

 의사로서 갓 수련받기 시작한 인턴의 경험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진료보조인력(PA)으로 일하고 있는 간호사 A씨가 연합뉴스에 털어놓은 자신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이야기다.

 A씨는 간호사 국가시험을 통과해 면허를 취득한 엄연한 간호사지만, 간호사 업무는 거의 하지 않고 의사의 수술 보조를 주로 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전공의 일손을 메꾸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의료기기 회사 영업직원, 병원 행정직원 등 무자격자의 위험천만한 대리 수술과 함께 PA 간호사들에 의한 공공연한 불법 의료행위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 "PA인력 10명 중 9명이 의사업무 수행"…"어깨너머·유튜브로 배워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9월 15일부터 한 달간 소속 의료기관 22곳의 병동간호사 832명과 PA인력 28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PA 인력의 93.4%는 의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들은 주로 집도의나 담당 교수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에 전공의가 없거나 부족한 중환자실, 내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A씨가 속한 흉부외과 PA들은 상처 소독(wound swab), 혈액배양검사(blood culture)부터 각종 시술 및 수술 전후 환자 상태 평가까지 도맡았다.

 A씨는 "이런 것들은 의사 업무이기에 간호대학에서 배우거나 실습하지 않는다"며 "어깨너머로 다른 PA 선생님들에게 배우거나 유튜브 영상, 온라인 교육으로 알아서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의사의 ID가 있어야 가능한 처방조차도 이들 PA가 수행하고 있었다. PA인력의 78%는 구두(口頭) 처방 및 (처방내역) 대리입력을 해오고 있었고, 내과의 경우 이 비율은 93.8%까지 올라갔다.

 설문 응답자 중 한 명은 "PA가 의사 이름으로 각종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처방을 내고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는데, 처방이 잘못되거나 의무기록의 오류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 'PA 양성화? 수가 인상?'…"정부가 실태조사 나서야"

 현장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자격자가 의료행위에 동원된다는 인식은 보건의료계  전반에 퍼져 있다.

 이에 앞선 설문조사에서 PA의 절반가량(50.7%)은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자신들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한다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도 "'병원 내 의사 인력 부재'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은 PA의 업무를 양성화해 이들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놨다. PA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PN)로 바꾸고 의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의협 등 의료계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PA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실시하면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사 고용을 늘려 전공의에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줄여야 한다"며 "병원이 이런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낮은 의료수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우선 의사 이름으로 PA가 수행하는 행위를 모두 근절해야 하고,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거쳐 의사 인력을 메꿀 대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정석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이전부터 누적된 불법 PA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다"며 "아직 실태조사에 착수한 건 아닌데, 관련 단체나 병원 이용하는 환자 측의 의견을 청취하려고 하고 있 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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