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75% '진료 더 줄일 것'…지금도 힘든데

소아청소년과학회, 96개 수련병원 조사…"교수 당직 2년 넘어 한계상황"
정상 운영 대학병원에 소아 환자 몰려…"정부가 대책마련 나서야"

 국내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의 75%가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진료 축소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이 최근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 중단을 선언하고,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최저치로 급락한 여파가 결국 대규모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회장 나영호 경희대병원 교수)에 따르면 학회가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96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의 75%가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진료 축소는 응급진료 폐쇄 및 축소 61%, 입원 축소 12.5%, 중환자실 축소 5% 등의 순으로 답이 많았다.

 수련병원들은 진료 축소 이유로 전공의 부족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의 당직이 2년 이상 길어지면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도 근무할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 병원은 32%에 달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총 정원 대비 전공의 근무 비율은 39%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는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미 진행형이라는 게 학회의 진단이다.

 지난 9월 시행한 조사에서 수련병원의 70%가 진료 축소를 계획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추가로 하락하자 이런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의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지속 하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15.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상황을 잠정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이 야간진료나 소아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이들 병원의 진료 축소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충원해 소아 응급실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대형병원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주변 병원의 소아응급실 폐쇄와 축소 여파로 이들 병원에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소아응급실 전문의의 피로가 누적되고, 응급 진료의 질이 하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방은 이보다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부 지방 대학병원은 평일 주간과 일요일은 소아응급실의 문을 닫고 평일 야간에만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간 응급실 소아 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낮에만 진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적인 고용 재정 지원 ▲ 진료보조인력 고용 지원 ▲ 최소 2배 이상의 소아청소년 기본진료비 인상 ▲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담당 부서 설립 ▲ 필수의료 기본 가산지원 등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진료인프라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텨내고 있으나, 학회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노력만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 줌으로써 현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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