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쏟아낸 정부…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쏟아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해 1차 회의를 열어 관련 정책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돌봄·육아,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각 분야가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하도록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자녀 가구의 기준을 현재의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낮춘 것이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하다 보니 두 명이라도 낳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자녀가 두 명 이상이면 양육비와 병원비는 물론 공공주택 분양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거 문제는 결혼과 출산의 강력한 걸림돌이다. 정부는 청년, 신혼부부에게 분양주택,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지원 대출의 소득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수혜 가구를 지난해 7만8천가구에서 3배 수준으로 늘리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의 대상과 기간, 급여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남성들이 배우자 출산 때 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거나 육아 휴직을 냈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제도의 개선과 지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산위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회의에는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 의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추경호 기획재정부·이주호 교육부·조규홍 보건복지부·이정식 고용노동부·김현숙 여성가족부·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당정 고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집권 여당, 그리고 관련 부처까지 가세하면서 저출산 대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그동안 정책이 없거나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도 나름대로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놨다. 그 결과 현재 저출산 대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정책이 무려 208개이고, 예산은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출산율 그래프는 수십 년째 단 한 번의 반전도 없이 우하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대책도 그리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고 선택과 집중, 그리고 관련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정책을 챙기는 등 정부의 태도가 이전과 다르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첫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용 면에서 실망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발표를 보고 마음을 바꾸는 젊은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이다.

 비상한 상황인 만큼 대책도 비상해야 한다. 정책 수용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좀 더 과감한 대책을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저출산 문제는 여러 문화적 요소가 얽혀 있어 정책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을 통해 문화, 경향, 풍조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도 회의 한 번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지방의 불균형 발전, 양극화 심화, 계층 사다리 실종 등 거시적 요인들까지 포괄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이하일 만큼 압도적 꼴찌이다.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젊은이들의 항변에 이번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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