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중증외상 환자 4명 중 1명만 '골든타임' 내 응급실 이송

0∼9세 1시간 내 이송 비율 2018년 31.3%→2021년 24.6%
치료 인력·역량 갖춘 의료기관 부족…"집중지원 필요"

  10세 미만 어린이 중증외상환자 4명 중 1명만이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중증외상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로 들어온 0∼9세 중증외상환자 122명 중 손상 발생 후 1시간 안에 내원한 비율은 24.6%(30명)로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중에서도 30분 안에 내원한 환자는 9명(7.4%)에 불과했다.

 중증외상은 운수사고나 추락과 같은 외상적 요인에 의해 신체에 발생한 손상 중에서, 의식상태나 혈압·호흡 등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심각하게 다친 경우를 뜻한다. 통상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적정시간)은 발생 후 1시간 이내로 본다.

 0∼9세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 비율은 2018년 31.3%에서 3년 만에 6.7%포인트 줄었다.

 2021년 기준 전체 연령대 중증외상환자 중 1시간 안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비율 34.6%(8천852명 중 3천94명)보다도 적다.

 전문가들은 소아 중증외상환자들의 골든타임 준수가 특히 어려운 이유가 소아응급의학과·소아외과 등 관련 세부전문의와 치료 역량이 갖춰진 의료기관이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외과장 김현영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병원 입장에서는 예산 등의 효율성 문제로 성인에 비해 적은 소아 중증환자를 위해 따로 센터를 꾸릴 여력이 없을 수 있다"며 소아중증외상 수가를 대폭 개선하는 등 병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병상이나 수술실 등 시설이 있어도 외과·신경외과·마취과·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과목에서 소아 전문 인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치료가 힘들다"고 말했다.

 중증외상은 다발성 손상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전문의가 필요하고, 인적 인프라가 없는 병원은 받아도 치료가 안 돼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나 어린이병원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해 타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된 소아 중증외상환자들도 있다.

 김 교수는 "현재 '0곳'인 소아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명분에는 현장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면서도 "예산·수가와 인력 문제 등으로 답보상태"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전국 상급종합·종합병원 중 소아외과 전문의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31곳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응급 등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지정만 해서 될 게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숫자보다 개별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이 중요하다"며 "기존의 지원으로는 센터를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숫자가 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중증응급 수술과 시술 수가를 늘리기로 했지만, 이 또한 건수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장에서는 체감이 안된다는 분위기다.

 김도균 교수는 수술건수에 비해 투자규모가 거대한 소아중증외상 치료를 위해서는 "수가도 수가지만 소아외상에 집중하는 병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수술·입원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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