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연평균 의료비 55만원 더 지출"

고혈압으로 연간 추가 진료비 5조원대 추정…"젊은 나이부터 혈압 관리가 최선"

 국내 고혈압 환자가 1천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보다 연평균 의료비를 55만원 가까이 더 지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김태현 교수 연구팀은 2014~2018년 한국의료패널데이터에 참여한 30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 5만9천737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유무에 따른 본인 부담 의료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고혈압 관련 국제학술지(Journal of Human Hypertension)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고혈압 치료에 따른 본인 부담 의료비로 법정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본인 부담금을 합산했다.

 이 결과, 국내에서 고혈압 치료 환자는 고혈압이 없는 사람에 견줘 연평균 의료비로 54만5천489원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혈압에 따른 추가 의료비 지출은 성별, 연령, 소득, 동반 질병의 수, 생활 양식(음주, 운동, 미충족 의료 경험)이 같은 사람들끼리의 비교에서도 확연했다. 연구팀은 이 경우,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이 없는 사람보다 연평균 33만8천799원을 추가로 지출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고혈압 이외에도 성별, 연령, 소득 수준, 동반 질병의 수가 본인 부담 의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지난해 펴낸 '고혈압 팩트시트 2023'을 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28%, 30세 이상 성인의 33%가 고혈압 환자로 파악됐다. 전체 추정 환자 수는 1천230만명에 달했다.

 학회는 이 중에서 '고혈압 치료를 받는 사람'이 1천50만명, '치료를 꾸준히 받는 사람'이 780만명으로 각각 추정했다.

 만약 1천50만명의 고혈압 치료 환자 전체를 이번 연구 결과에 대입해본다면, 국내에서 전체 고혈압 환자가 추가로 지출하는 의료비 총액만 연간 5조원을 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의료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처방받은 고혈압 치료제를 아예 복용하지 않거나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학회는 이런 고혈압 환자가 4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려면 조기에 고혈압을 진단하고, 식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 복용 등을 통해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기에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장기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태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고혈압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담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개인이 평생 지출하게 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젊은 나이부터 혈압을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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