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4만명 이상의 환자가 뭍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제주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제주는 서울 진료권역으로 묶여 상급종합병원 지정 심사에서 소외됐는데, 전국 진료권역을 재설정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15일 제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29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정부는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되는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제주도 내에서 중증·응급 최종치료가 가능한 지역완결적 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권역에 통합돼 있어 제주도 종합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 심사에서 소외됐던 점을 개선한다.
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상급종합병원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가 종료되면,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진료권역의 적절성을 포함한 제도 전반을 개선할 방침이다.
조귀훈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연구가 끝나면 의료계 안팎의 의견을 취합해 내년 6월에 진료권 재설정에 대해 예비고시할 예정"이라며 "이후 의료기관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2026년 6월에 최종 고시를 하고, 8월까지 신청받아 11월까지 환자 조사를 한 다음 2027년 1월부터 새로운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제주도는 섬이라는 환경적 특성상 자연재해로 인해 응급헬기 이동 등에 제한이 있고, 매년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의료 환경상의 특수성도 갖고 있다"며 "진료권 재설정 검토 시 이런 것들을 감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진료권역이 새로 구분되면 제주도민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내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1년 관련 제도 시행 후 전국 종합병원 중 우수 의료기관들은 각 진료권역의 '최종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중증 질환에 대해 난도 높은 의료 행위를 담당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진료권역은 서울, 경기 서북/남,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동/서 등 11개로 나뉘어 있다.
진료권역 설정 기준은 인구수(100만명 이상), 거주환자의 권역 내 의료기관 이용 비율(40% 이상), 환자 이동거리(소요시간 120분 이내) 등이다.
인구수가 70만명가량인 제주도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그동안 별도 진료권역으로 분리되지 못하고, 서울 진료권역에 통합돼 있었다.
제주 종합병원들은 권역별로 정해진 병상수를 두고 서울권 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번번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었다.
이 때문에 제주도 거주 환자들의 '원정 진료'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고급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정부 지원까지 받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중증질환자들은 바다 건너 서울의 '빅5' 병원 등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 치료를 받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에서 원정 진료를 떠난 환자는 14만명 이상으로, 10년 만에 56% 늘었다.
또 이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2천393억원가량으로, 10년 만에 19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윤순 실장은 "진료권역이 재설정돼 제주도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추고 투자도 받기 때문에 도민들이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교통·숙박비 등도 감소해 의료 외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