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만에 잡힌 산불도 수개월동안 지역 주민 건강 영향…"독감·폐렴 1.2배↑"

2023년 강릉 산불 건강 영향 분석…"소규모 산불도 건강 모니터링 필요"

 매년 봄철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는 시기다.

 보통 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당국은 불에 탄 산림 면적이나 재산 피해 규모부터 발표한다. 하지만 산불이 남기는 영향은 숲의 소실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몇 시간 만에 잡힌 산불이라도 이후 수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지역 주민의 호흡기와 심혈관 건강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보이는 불은 꺼져도, 산불이 남긴 건강 피해는 훨씬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에서 발생한 산불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산불은 약 8시간 동안 지속됐으며 121만㎡의 산림을 태운 뒤 진화됐다.

 연구팀은 산불로 인한 건강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위성 영상과 건강보험 자료를 함께 활용했다. 먼저 유럽우주국의 위성(Sentinel-2) 영상을 활용해 실제 산불 피해 지역을 분석하고, 식생 변화 지표를 통해 산불 피해 지역을 정밀하게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릉 경포동을 산불 노출 지역으로 설정하고, 강릉시의 나머지 20개 지역을 비교군으로 삼아 주민들의 의료 이용 변화를 관찰했다.

 건강 영향 평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이용해 산불 발생 전후 주민들의 병원 방문 변화를 주 단위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산불 이후 약 8주 동안 경포동 주민들에게서 호흡기 질환 관련으로 308.7건의 병원 방문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불 발생 이전 8주 동안 발생한 호흡기 질환 방문 건수(4천825건)에 비해 약 6.4% 증가한 규모다.

빨간색 부분이 '정규화 화상지수'(NBR) 분석을 통해 확인된 2023년 강릉 산불 피해 지역. [논문 발췌]

 세부 질환별로 보면 급성 상기도 감염(코와 목 주변의 공기 통로에 생기는 호흡기 감염)이 167.4건 증가했으며, 독감과 폐렴은 107건의 초과 방문이 발생해 기존 발생 규모(90건)의 약 1.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한 만성 하기도 질환(기관지와 폐로 이어지는 아래쪽 호흡기 질환)도 98.5건이 증가하는 등 호흡기계 전반에서 병원 방문이 늘어나는 양상이 관찰됐다.

 심혈관질환에 따른 병원 방문 역시 산불 발생 이후 약 4주 동안 83.3건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질환별 증가 건수는 고혈압 질환이 61.4건, 허혈성 심장질환이 21.2건이었다.

 연령대별 산불의 영향도 차이를 보였다. 어린이(0~14세)에게서는 호흡기 질환 증가가 두드러졌고, 고령층에서는 심혈관 질환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산불 연기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다양한 유해 물질이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부담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를 수행한 한창우 교수는 "산불이 몇 시간 만에 진화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고농도의 연기와 대기오염이 지역 주민 건강에 수개월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간 지속된 대형 산불뿐 아니라 짧게 발생한 소규모 산불에서도 건강 영향이 수 주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산불 대응 정책이 단순히 화재 진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불 이후 대기오염 관리와 주민 건강 모니터링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질병청, 일본뇌염 등 감염병 매개모기 감시 개시
질병관리청은 오는 16일 부산·경남·전남·제주 등 남부 4개 시도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일본뇌염 등 감염병 매개모기 감시를 수행키로 했다. 모기가 옮기는 주요 감염병은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지카열, 웨스트나일열 등이다. 이중 일본뇌염 및 말라리아를 제외하고는 국내 발생이 보고된 적 없으나, 매개모기는 전국에 분포해 유입 시 전파 가능성이 있다. 질병청은 이달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일본뇌염 매개모기 감시사업을 벌이고, 국내 공·항만 21개 검역구역에서 감염병 매개체의 국내 유입 여부 등을 감시한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말라리아 매개모기를, 권역별로도 매개모기를 각각 감시해 감염병 발생과 유입에 대응하기로 했다. 전국의 매개모기 감시지점은 274개로, 지난해보다 18개 늘었다. 점점 더워지는 기후변화에 따라 매기모기 유입과 정착, 확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 보다 촘촘한 감시를 위해 감시지점을 확대했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감시사업을 통해 확인한 모기 발생 변화와 병원체 검출 결과 등은 일본뇌염·말라리아 주의보 및 경보 발령에 활용한다. 감시 결과는 '감염병 매개체 감시 주간 소식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임승관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