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우리몸의 축대인 피부와 뼈, 근육

 

 ◇ 근육에도 종류가 있다

 근육을 영어로 머슬(muscle)이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쥐를 뜻하는 라틴어 '무스쿨루스'(musculus)에서 나왔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쥐에서 유래했기 때문인지 머슬이라는 단어에는 움직임이나 운동이라는 뜻도 있다.

 수의근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려면 해당 근육이 반드시 뇌와 신경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말초신경에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수의근을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다행히 말초신경은 재생이 되지만 재생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또 재생 거리가 멀면 신경이 원래대로 길을 찾아가리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신경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골격근을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뚜렷한 가로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골격근을 가로무늬근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불수의근 가운데 위장관 근육은 별다른 무늬가 없기 때문에 민무늬근이라고 부른다.

 한편 심장근은 가로무늬가 있다는 면에서는 골격근과 비슷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불수의근이다. 심장은 의지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다른 가로무늬근과 마찬가지로 큰 힘을 낼 수 있다.

 ◇ 근육의 특별한 경제학

 근육은 자세와 동작, 체온 유지 등에 작용한다. 우리가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골격근 덕분이다. 골격근이 없으면 달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눈을 깜빡이거나 웃을 수조차 없다.

 단어 하나를 말할 때도 안면, 입술, 혀, 턱, 후두 등에 있는 100여 개의 근육이 사용된다. 인상을 찌푸릴 때도 비슷한 수의 근육이 움직인다. 하지만 미소를 짓거나 키스할 때는 34개의 안면 근육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미소와 키스는 참 경제적이다.

 걷기는 넘어지려는 동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일련의 움직임으로, 여기에는 200개가 넘는 골격근이 동원된다. 등 근육은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복부 근육은 뒤로 넘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한쪽 다리를 딛는 데에도 40여 개의 근육이 동원된다.

 달리기, 수영, 사격, 승마, 펜싱 등을 하는 정상급 선수의 몸에서 얼마나 많은 근육이 움직이는지 상상이 가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근육을 움직이게 할까? 근육을 확대해 보면 근육을 따라 길게 이어진 근섬유에서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을 발견할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근육이 수축할 때는 액틴과 미오신이 톱니바퀴의 이가 맞물리듯 서로를 물고 잡아당긴다. 반대로 근육이 이완할 때는 연결을 풀고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모든 동작은 골격근의 수축과 이완으로 이루어진다. 근육을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액틴과 미오신이 생성되고 골격근은 더욱 두꺼워진다.

 ◇ 신경이 지배해야 근육이 바로 선다

 근육이 움직이려면 반드시 뇌의 신호가 근육에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섬세하고 복잡한 회로망이 필요하다. 신경이 손상되거나 뇌가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손상된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육이 움직이지 못한다. 뇌졸중에 빠져 반신불수가 되는 것은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명령 신호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할 때 쓰는 근육이완제는 신경 신호가 근육으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근육이완제를 쓰면 신경에서 어떤 신호가 오더라도 근육이 수축하지 않는다.

 신경과 근육의 접합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질병도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근육으로 힘을 낼 수 없다. 이 밖에도 근육은 정상인데 신경이 절단되어 근육이 수축하지 못하는 근위축이나 근육이 퇴화하는 장애도 발생한다. 신경이 항상 근육을 지배하고 있어야 근육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쥐가 난다는 것은 일종의 근육 경련이다. 어렵게는 불수의적인 골격근 수축이라고 한다. 이 밖에 근육통이나 염증 등 찢어지고 뒤틀리며 생기는 여러 가지 근육 질병들이 있다.

 몸을 만든다는 것은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방이 많으면 나쁘고 근육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근육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근육이 지나치게 많으면 심장이나 혈관 등 순환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육 운동은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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