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탕후루[연합]</strong>](http://www.hmj2k.com/data/photos/20230937/art_16949223201211_d846b3.jpg)
초등학교 2학년·4학년생 아들을 키우는 A(42)씨는 지난 8일 아이들과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다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아이 건강을 생각해 (사 먹기보다) 설탕 대체제를 이용해 직접 탕후루를 만들려 했다"며 "당도를 체크하던 중 손가락을 뎄다"고 했다.
과일에 설탕물을 입힌 간식 탕후루가 인기를 끌면서 집에서 직접 탕후루를 만들다 손이나 발을 다쳤다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어린 자녀들이 화상을 입었거나 아이들과 함께 또는 혼자 집에서 만들다 설탕물에 뎄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부터 다친 뒤 대처법을 묻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화상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아졌다.
화상 성형외과 전문의 권민주 한강수병원 원장은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설탕물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평소보다 7∼8배 늘었다"며 "많을 때는 하루 10명 이상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설탕물에 화상을 입어 오는 아이를 하루 평균 4∼5명 정도 보는 것 같다"며 "특히 지난 방학 기간에는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지 환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탕후루의 주재료인 설탕은 녹는점이 185℃로 매우 높다. 또 물처럼 흐르지 않고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어 설탕물에 화상을 입을 경우 피부에 들러붙어 다른 액체류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정환 한강수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설탕물이 피부에 밀착된다는 점"이라며 "뜨거운 게 붙어서 바로 제거하기 힘들다 보니 계속 피부가 손상될 수 있어 화상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설탕물에 화상을 입는 경우는 모두 자칫 잘못하면 3도 화상으로 갈 수 있는 심재성 2도 화상이었다"며 "심한 경우 피부이식 수술까지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오징어 게임'이 유행할 때 역시 설탕을 쓰는 달고나를 만들다 다쳐서 오는 환자가 꽤 있었지만 탕후루는 설탕물의 양이 많다 보니 다치는 면적도 더 넓은 편이라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화상 위험 탓에 탕후루 가게는 시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도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탕후루를 만들다 뜨거운 설탕물에 화상을 입었을 땐 초기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화상 부위에 열이 남아 있지 않도록 수돗물 등 흐르는 물에 환부를 20분 이상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후에는 상처 부위에 항생제 성분이 있는 연고를 바른 뒤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 스펀지 타입의 반창고를 붙여 상처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설탕물이 식으면서 굳어버린 뒤 떼려다 피부까지 뜯기기도 한다"며 "억지로 제거하기보다 젖은 수건으로 감싸서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위험성에 대한 별다른 주의 없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소셜미디어(SNS) 등 미디어에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온다.
꽤 위험한 작업인데도 과일, 설탕, 물, 종이컵,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며 그 방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쉽게 편집돼 그려지면서 어린이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하다 다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A씨는 "SNS에서는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도전해봤는데 위험성이 상당히 큰 것 같다"며 "다친 뒤로는 주위에 위험하다는 걸 최대한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원장도 "설탕물이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 사고가 생기는 것 같다"며 "방송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지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