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과대학생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과 관련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일단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피하게 됐다는 안도 속에서도 의료교육 정상화는 별개라며 '증원 폐기' 주장과 '합의점 도출' 사이에 해법을 향한 각론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향후 학생들이 돌아와 정원 초과 상태에서 이뤄질 수업을 놓고선 '교육의 질' 저하를 둘러싼 고민을 내비쳤다.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 총장의 휴학 승인 권한 존중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향후 보건의료 복구 과정 논의도 젊은 의학도들의 주장에 귀 기울인다는 원칙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학 승인에는 전제조건도, 복학 후 차별적 대우의 위협도 붙어서는 안 된다"며 "이제라도 교육부가 현실의 일부를 직면하여 대학의 자율적인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존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정부 결정을) 환영하는 바이지만 사실 휴학 승인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
정부가 3년간 10조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상종병원)을 중증질환 중심으로 개편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재정 등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상 형태와 진료협력 병원 육성, 감축병상 규모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병원들은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상종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대상 병원은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가량 줄인다.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올라간다. 상종병원과 2차병원 간 진료 정보가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료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의뢰·회송 수가를 인상하는 한편 '진료협력 지원금'을 제공한다. ◇ "병상 증감 쉬운 일 아냐…정부 지원 지속 담보돼야" 상종병원 관계자들은 '시범사업'이라는 불확실한 형태로 시작한 구조 전환에의 재정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시범사업 신청서를 준비 중이라는 서울의 한 상종병원 관계자는 "세수 펑크가 수십 조원씩 나는 현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지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
보건복지부는 25일 열린 2024년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가 종료될 때까지 의료 공백에 매달 2천85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수립해 매달 2천억원 안팎의 건보 재정을 수련병원 등에 지원해 왔다. 중증·응급환자 진료 공백과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지원금은 한시적으로 책정된 응급실 진료비 가산분 등으로 쓰여 한 달 단위로 가산해 병원 등에 지급돼 왔는데, 연장 기한이 종료돼 이를 심각 단계 종료 시까지로 늘려주겠다는 게 이번 추가 투입의 취지다. 2월부터 건정심에서 비상진료체계 투입을 승인한 건보 재정은 총 1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9월 말 기준 실제 집행된 것은 6천200억원가량이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혈액제제 수가 인상안도 의결됐다. 수혈 부작용 예방을 위한 항체 검사 비용과 늘어난 혈액관리 인력의 채혈비 등을 반영해 내년 1월 1일부터 39개 혈액제제 수가를 2천70원∼5천490원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혈액 수가의 상대가치점수(의료행위별로 가치를 비교하도록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예방 의무를 다했는데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금이 최대 3억원까지 오른다. 또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간이조정제도의 소액사건 기준도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늘렸다. 보건복지부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자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올해 12월 3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5일 밝혔다. 개정안은 우선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 한도를 최대 3천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상향했다. 현재 국회에서 보상금 인상을 심의 중으로, 인상된 보상금은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보상금의 재원은 기존에는 국가와 분만 의료기관이 70:30으로 나눠서 부담했으나 지난해 12월부터는 국가가 100% 맡고 있다. 개정안은 또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복지부의 책임 강화를 위해 복지부 장관이 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위원회 규정도 정비했다. 이와 함께 조정 사건 중에서 소액 사건이나 쟁점이 간단한 사건을 다루는 간이조정제도에서 소액사건의 범위를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확대했다. 그만큼 많은 의료사고가 간이조정제
의사 보수가 민간병원보다 훨씬 낮은 탓에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총액인건비 규제를 받지 않는 특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박 차관은 "공공의료기관은 비상진료대책 유지와 지역·필수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의사 보수가 민간보다 현저히 낮아 필수의료 인력이 이탈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특별수당 지급 이유를 설명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유지 특별수당을 지급해 각 공공의료기관이 더 자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필수의료 의사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비상 진료 기간에 지역·필수의료 안전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점을 환영하며 다른 의사 단체들도 협의체에 들어오기를 당부했다. 박 차관은 "두 단체가 쉽지 않은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의료 정상화를 위해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를 계기로 의료계와의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열린 마음과 성실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질환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으로 세브란스병원 등 8곳이 1차 선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선정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선정된 8개 상급종합병원은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안산병원·구로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북대병원, 중앙대병원(가나다순)이다. 이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역할에 맞게 중증도와 난도가 높은 환자의 치료에 집중함으로써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탈바꿈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구조를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현장의 관행을 개선해 임상과 수련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중증 중심으로 진료체계 전환…일반병상 '축소'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가량 줄이게 된다. 또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높여 중증 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병상 2천111개 중 중환자·소아·고위험 분만·응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질환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 협력 수준을 보다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료계 제언이 나왔다. 진료 의뢰나 환자 전원 등에 그칠 게 아니라 지역완결적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내 보건의료서비스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22일 전진숙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중증 환자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중증도를 관리·평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표를 마련하고, 지역에서 적절한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파악해 보상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일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지역 내 모든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 등에 설치된 진료협력센터는 진료 의뢰를 위한 단순 환자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곳에서 보건의료서비스를 조정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
전공의 집단이탈 후 대형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병원들이 적립해 온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고유목적금)을 경영 정상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병원들이 '의료개혁'이라는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영상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고정자산 취득을 위해 적립해 온 돈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성공적으로 변모하면서 전공의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고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데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건물토지 매입 등에 남겨둔 돈 평균 648억원…연세세브란스는 5천억원 넘어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2천135억1천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병원들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당겨서 주는 '선지급'을 실시하며 급한 불을 끄도록 하고 있지만, 전공의 수련병원 74곳에 선지급한 6~8월분 급여비는 1조4천843억원이나 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병원들이 쌓아놓고 있는 고유목적금을 활용
국립중앙의료원 수장이 전공의들의 사직 후 8개월째 이어지는 의료대란이 올해 안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료대란 해소 시점에 대한 질의에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내년에 조금이라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올해 안에는 어렵다는 뜻이냐고 재차 질문을 받자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들 비슷하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원장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공공의대를 통한 의사 증원의 방향성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논란이 됐던 선발 과정의 투명함 등의 문제점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선 논란이 정리된다면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대 증원은 공공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순 증원만으로는 의사들을 지역에 묶어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도 짚었다. 주 원장은 "의무를 부여하려면 그 과정 자체가 대단히 공적이어야 하고, 공공의대와 같은 방식이어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 증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