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처벌 정당"…타투업계 "별난 나라"

"문신 시술은 위험 수반…자격제도 등 대안 도입은 입법부 재량" 판단
청구인들 "상식 거부한 결정…합법화 투쟁 이어갈 것"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의료법 27조 1항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5조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 내용의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예술문신이나 반영구문신 등을 시술하는 문신사들이다. 이들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과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병과(함께 적용)하도록 하는 현행법에 대해 2017년부터 6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문신 시술은 바늘로 피부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색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해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이어 "문신 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사전적·사후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구인들은 문신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한국이 국제 추세와 달리 문신 시술의 자격과 요건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입법 의무가 헌법 해석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그러면서 "문신 시술 자격제도와 같은 대안의 도입 여부는 입법재량의 영역"이라며 "입법부가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인만이 문신시술을 하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문신 시술은 치료 목적 행위가 아닌 점에서 여타 무면허 의료행위와 구분된다"며 "사회 인식의 변화로 그 수요가 증가해 선례와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의료인 자격까지 요구하지 않고도 안전한 문신 시술에 필요한 범위로 한정된 자격, 위생적인 시술 환경, 도구의 위생관리, 시술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규제와 염료 규제를 통해서도 안전한 시술을 보장할 수 있다"며 "의사 자격을 취득해야 문신 시술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청구인들은 결정 직후 헌재 정문 앞에서 '문신을 의료라고 하는 별난 나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펴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도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헌재는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베껴오던 1992년의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며 "문화적 소양과 사회적 통찰을 갖추지 못한 자들에게 너무 많은 판단의 권한을 주는 것 아닌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결정과 관계없이 타투이스트들은 사법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소비자의 안전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합법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소리칠 것"이라며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오늘의 판결이 헌재 스스로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떠나는 우주여행의 발사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도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지만, 이 나라 법관들은 상식조차 거부했다"면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이 싸움과 저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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