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통일신라 멸망, '기후변화'와 '전염병'도 한 원인"

"한랭건조한 기후 탓 기근 발생해 면역력 약한 인구 증가"

"전쟁으로 병원체 교환되며 '역병의 시대'…사회침체 이어져"

 고대 통일신라가 멸망한 원인에 '기후'와 '전염병'도 있다는 추론이 제기됐다.

 의학사(醫學史) 연구자인 이현숙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장은 최근 학회지 신라사학보에 실은 논문 '생태환경으로 본 신라멸망에 대한 시론'에서 한랭건조한 기후에서 천연두(두창) 등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통일신라가 몰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중국사학과에서 공부한 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신라 의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더럼대와 인하대 의과대학에서 한국학 과 의학사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8~9세기 동아시아에서 천연두 등 전염병이 대유행한 점과 신라가 멸망한 때와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당이 멸망하는 등 9세기 말부터 10세기 초 사이 한중일 3국에서 사회변화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이 소장은  "인간과 병원체 모두 생태계 일부로서 (인간과 병원체) 서로 간 상호작용이 역사에 큰 영향을 줬다"라면서 "8~9세기 동아시아 전염병 유행을 기후와 관련지어 논의해 신라를 멸망하게 한 생태환경 요인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8~9세기 당과 신라 기후는 한랭건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는 9세기 초인 신라 헌덕왕 때 음력 5월과 7월에 눈이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데 당시 신라가 한랭건조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꼽힌다.

 최근 제주 당처물동굴 석순 탄소동위원소 분석 연구에서도 750년 이후 한반도 남부가 매우 한랭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랭건조한 기후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또 한랭건조한 기후변화는 기근 등을 일으켰고 이는 '영양상태가 불균형해 면역력이 약한 대규모 인구집단'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참전해 17년간 이어진 삼국통일전쟁으로 '병원체 교환의 장'이 열렸고 이후 동아시아는 '역병의 시대'를 보내게 된다.

 논문은 천연두가 소빙하기였던 조선시대에도 유행한 점을 강조했다.

 논문은 "중세 온난기에 속한 고려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는 소아 완두창만 간단히 다루고 성인 완두창은 다루지 않았다"라면서 "조선 세종 때는 두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학서가 나올 정도로 두창이 사회적 문제였다"라고 설명했다.

 8~9세기 동아시아에서 전염병 유행은 사회를 악순환에 빠뜨렸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인구가 급감하고 이는 불경기로 이어져 사회를 침체시켰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8~9세기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한중일 가운데 일본에서는 정권이 유지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회 전반을 개혁해야 하는 시기에 개혁에 성공했는지에 따라 정권의 운명 이 갈렸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기득권세력이 지방세력과 타협해 권력을 분산하고 수도를 옮기면서 각종 개혁정책을 비교적 성공시켜 종래 체제를 200년간 더 유지할 수 있었다"라면서 "신라와 당은 기득권자들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이 잘 안 되면서 기층민들 불만이 누적돼 왕조가 붕괴하고 분열의 시대를 맞았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지구온난화로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지속해서 나타날 것인데 이때 지도층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기만 하면 기득권층이 몰락하게 된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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