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란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사람이라도 치주질환(잇몸병)이 있으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치아 주위 조직이 바람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라고도 한다.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 최근호에 따르면 성균관의대 사회의학과 신명희 교수 연구팀은 2012∼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9천49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당뇨병과 치주질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를 당뇨병 그룹(4천50명)과 비당뇨병 그룹(2만5천441명)으로 나눠 치주질환의 영향을 살폈다.
당뇨병은 기존 당뇨병과 최근 5년 이내 발병한 신규 당뇨병으로 세분화했다.
주목되는 건 젊은 층일지라도 치주질환이 심할수록 신규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치주질환의 심각도를 보여주는 지수(CPI)에 따라 4단계로 나눴을 때 20∼44세 연령대의 신규 당뇨병 발병 위험은 최대 2.61배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이 연령대에서 치주질환과 함께 체내 염증수치(hs-CRP)가 3mg/L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는 신규 당뇨병 발병 위험이 23.31배까지 치솟았다.
신명희 교수는 "치주질환이 심할수록, 당뇨병이 새롭게 발병한 경우일수록, 젊은 연령층일수록, 혈액 내 염증 수치가 높을수록 두 질환 간 연관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치주질환과 당뇨병 간 밀접한 연관성은 젊은 층에서 유독 강하게 관찰됐다"면서 "젊은 시절부터 치주질환을 관리하는 게 당뇨병 예방에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의 주된 원인은 치아 및 치석 주변에 딱딱하게 붙은 치태다. 치태는 칫솔질 뒤에도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구강 내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세균 덩어리로 보면 된다.
치태는 치아에 붙어서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잇몸이 붓거나 피·고름이 나고 심해지면 잇몸뼈를 녹여 치아를 망가뜨린다.
치주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조기 발견이다. 염증이 심해지기 전에 치과를 방문해 치석제거술(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잇몸치료를 받으면 쉽게 좋아진다.
하지만,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당뇨병을 넘어 심부전 등의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지난해 발표된 논문을 보면 2008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7만3천927명을 2017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치주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이런 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 견줘 심부전 발생 위험이 평균 20%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치주질환으로 인한 상실 치아가 15개 이상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부전 발생 위험이 상실 치아가 없는 대조군보다 37% 높았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완치가 어렵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 환자의 절반, 남성 환자의 35%가 5년 내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