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해외 여행자의 증가 등으로 모기와 같은 곤충을 매개로 하는 질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모기로 인한 희귀 감염병인 동부말뇌염(EEE) 발병 사례가 올해 처음으로 보고된 데 이어 뉴햄프셔주에 사는 41세 남성이 EEE에 감염된 후 사망하며 미국 전역에 EEE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CBS 뉴스에 따르면 뉴햄프셔주에서는 2014년 인간이 EEE에 걸렸다고 보고된 뒤 감염자가 없다가 올해 다시 발병 사례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해 여름 EEE 외에도 역시 모기를 매개로 하는 뎅기열 발생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미에서는 주로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 국한해 발병했던 모기 매개 질병인 오로푸치열이 대륙 전체로 확산하며 여행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볼리비아처럼 이전에는 오로푸치열 발병 사례가 없던 국가에서도 올해 들어 100건이 넘는 확진 사례가 나오는 등 남미 전역으로 질병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의 오로푸치열 발병 증가에 대해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 주로 국한됐던 발병 현상이 다른 국가로 확산한 것은 기후변화와 삼림 벌채, 도시화 등으로 질병이 번지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곤충 매개 질환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곤충이 활동하기 좋은 더운 여름은 길어지는 반면 겨울은 짧아지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해외 여행객 증가, 산림 벌채와 같은 지형 환경 변화의 영향 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최근 북부 지방의 기온이 오르면서 곤충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건 래니 예일 공중보건대 학장은 악시오스에 "과거에는 '열대성'이었던 질병들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미국 일부 지역도 (열대 기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래니 학장은 또 "겨울이 충분히 춥지 않기 때문에 진드기들이 겨울 동안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서 (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라임병이 퍼지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가능하지만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의 증가도 곤충 매개 질병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생한 오로푸치열 발병 사례 대부분은 쿠바 등 남미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의해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또 일부 모기들은 여러 대륙을 이동하는 선박 등에 타고 스스로 다른 나라로 이주하기도 한다고 새디 라이언 플로리다대 의료지리학자는 짚었다.
라이언은 일부 모기 종들이 이렇게 이주해 자신들에게 잘 맞는 환경을 찾아 정착해 사람들을 물며 질병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이제 문제는 "이미 확산한 질병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질병이 다음에 어디로 이동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