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시험관 아기…작년 생성 배아 78만개·5년 새 83%↑

일부 이식 후 나머지 동결 보편적…年 이식 20만·폐기 53만개
이시영 '비동의 임신' 논란에…복지부, 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

 시험관 아기 시술(체외수정-배아 이식)이 보편화하면서 배아 생성량도 연간 80만개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만들어졌다가 폐기되는 배아 개수도 연간 50만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배우 이시영이 배우자 동의 없이 배아를 이식해 임신한 사실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열띤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배아 생성·관리·처분 등에 관한 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윤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생성된 배아는 78만3천860개로 5년 전인 2019년(42만7천818개) 대비 83.2% 늘었다.

 배아 생성 의료기관이 냉동 보관 중인 배아 수는 작년 12월 말 기준 38만3천520개로 집계됐다. 난자 보관량은 13만3천926개, 정자 보관량은 5만6천967바이알(vial)이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다 보니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은 난자 동결에 대한 관심이, 결혼을 한 사람들은 배아 동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면서 "의료기술의 발달과 접근성 확대, 정부의 비용 지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액을 인위적으로 채취해 배양접시에서 수정·배양한 뒤 여성의 자궁에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주로 자연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부부가 활용하는데, 항암 치료 등으로 당장 임신·출산하기 어려운 부부가 우선 배아를 만들어뒀다가 나중에 이식하기도 한다.

 배란 유도제를 이용해 다수의 수정란을 생성한 뒤 1∼3개만 이식하고 나머지는 동결 보존했다가 다음 이식 주기 또는 다음 자녀 임신 준비 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시험관 시술로 첫째를 낳아 키우고 있는데 동결 배아 남은 게 있어서 둘째를 고민 중'이라는 취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이식에 이용된 배아 개수는 20만1천496개로 전년(16만8천18개) 대비 19.9% 늘었다. 2019년(15만2천761개)보다는 31.9%, 2016년(12만8천672개)보다는 56.6% 증가한 수준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자녀를 바라는 이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저출생 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폐기되는 배아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다.

 배아 상태가 임신에 적합하지 않거나 보존기간이 지나서, 또는 동의권자가 폐기를 요청해서 폐기된 배아는 지난해 53만3천266개에 달했다. 전년(40만7천569개) 대비 30.8%, 2019년(26만506개) 대비 104.7%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생명으로서의 배아 지위를 인정하고 폐기되는 배아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부간 이혼 과정에서 배아 처분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사례도 있다.

 이시영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냉동 보관하던 배아를 이식해 둘째를 임신했고, 이혼한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정리돼 갈 때쯤 냉동 보관 기간(5년) 만료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제 손으로 보관 기간이 다 되어가는 배아를 도저히 폐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겠다는 이시영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혼한 배우자가 아이 아버지로서 감당해야 하는 도덕적·법적 책임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대두됐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배아 생성을 위해 난자·정자를 채취할 때 배우자가 있으면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식할 때는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배아 보관 도중에 배우자가 동의를 철회할 수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전문가들과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위한 기술이 진보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면서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세심하고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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