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병원평가…"'데이터 통합'으로 기준 바로 세워야"

같은 '의사 1인당 병상수'인데 평가마다 제각각

 A병원의 '의사 1인당 병상수'는 1.5명, B병원은 2.0명. 언뜻 B병원의 인력이 더 우수해 보이지만, 이는 착시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평가 지표는 이름만 같을 뿐, 20개에 달하는 평가 제도마다 계산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평가는 결국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 재정이 진정으로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에 보상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최근 수행한 '건강보험 성과보상 근거 마련을 위한 의료기관 평가체계 개편 기반 연구'보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편화된 현재의 평가 방식을 버리고 '표준화된 원자료(raw data)'를 기반으로 한 통합 평가체계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유사한 자료를 평가 기관마다 다른 양식으로 반복 제출해야 하는 행정 낭비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평가 결과의 신뢰성이다.

 보고서는 평가지표 이름이 동일하거나 유사해도 측정 대상과 시점, 포함·제외 기준, 산출식이 모두 달라 사실상 병원 간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연구진은 평가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평가마다 가공된 지표를 각각 수집하는 대신, 모든 평가의 기초가 되는 '원자료'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다층적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는 마치 레고 블록과 같다. 인력·시설·장비 현황, 진료 및 청구 내용, 의료기관 정보교류 표준(KR CDI) 등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를 '티어1(Tier 1·기본 블록)'으로 쌓는다.

 이렇게 표준화된 기본 블록들을 조합하면, 누구나 동일한 기준으로 '의사 1인당 환자 수' 같은 '티어2(Tier 2·기본 구조물)' 지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여러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면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실제 사망률'이나 '치료의 비용효과성' 같은 정교하고 깊이 있는 '티어3(Tier 3·고급 모델)' 성과 지표까지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이터 기반 체계가 마련되면 지금까지 측정하기 어려웠던 의료의 핵심 성과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보고서는 이 방식을 통해 수술 후 감염, 낙상 등 '환자안전사고' 발생 여부나 수술 후 통증 감소, 삶의 질 개선 정도와 같은 '환자보고성과(PROs)' 등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의료의 질을 정확히 평가하고 보상과 연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현재의 '중구난방'식 평가를 끝내고, 데이터 중심의 투명하고 일관된 평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공정한 성과 보상체계의 초석이자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
"약값 내려라" 트럼프 압박에…미국서 오젬픽 값 절반으로 인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약값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일부 환자들에 대해 당뇨·비만 치료제 오젬픽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 환자들에게 판매하는 한 달 치 분량 오젬픽의 가격을 기존의 약 1천달러에서 499달러(약 69만원)로 인하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오젬픽 공식 홈페이지나 이 회사의 직거래 온라인 약국인 '노보케어' 등에서 현금으로 할인가에 이 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노보케어는 처음으로 오젬픽의 가정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의약품의 소비자 직접 판매는 백악관이 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주 1회 맞는 주사제인 오젬픽은 노보노디스크의 대히트작으로, 당뇨 치료가 주목적이지만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 미국에선 최근 몇 년간 이 약품의 부족 사태가 벌어지며 똑같은 유효성분을 이용해 만든 복제약 이 불티나게 팔렸고 이에 따라 안전성 우려가 일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만 이번 할인으로 혜택을 보게 될 환자는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 이용자의 98%가 건강보험을 통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