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대하소설 '지리산'으로 유명한 소설가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이 소설 '산하'(山河)의 서문에 남긴 명언이다. 삼한 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 태기왕이 신라 박혁거세에게 쫓겨 산성을 쌓고 항전하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는 전설이 깃든 태기산(泰岐山·1천261m). 2천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태기산이야말로 역사와 신화라는 간발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곳도 드물다. 태기왕의 한 맺힌 전설은 1960∼70년대 화전민들이 역경을 딛고 일궈낸 애환의 터전 위에 지금은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이룬 눈꽃 산행 명소로 꽃을 피웠다. 태기산은 횡성군 둔내면, 평창군 봉평면, 홍천군 서석면 등 3개 군에 걸쳐 있다. 탐방객들은 주로 횡성군 둔내면 삽교3리에서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를 잇는 '양구두미(兩鳩頭尾)재'를 거쳐 태기산 정상으로 오른다. ◇ 황금 비둘기와 거북 동산…두 개의 설화 간직한 양구두미재 차를 몰아 영동고속도로 둔내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동·서를 횡으로 연결한 6번 국도를 따라 평창 방면으로 20㎞가량을 달리면 태기산터널이 나온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2017년 준공된 길
전쟁에 울고, 아픔을 거름 삼아 공동체를 이룬 소박한 마을이 이제는 아픔을 딛고 평화의 중심지로 나아가려는 힘찬 날갯짓으로 떠들썩하다. 상서로울 서(瑞)에 화할 화(和)로 이뤄진 강원 인제군 서화마을.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가 되라는 의미처럼 남북이 뜻이 맞아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니 한반도의 평화를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시작점으로도 손색없다. 전국 방방곡곡 크고 작은 마을 모두 저마다 이야기 한 보따리쯤 갖고 있겠지만, 총성과 포성이 끊이지 않았던 서화마을은 그 이야기가 몇곱절은 된다. 그래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고, 마을 주민 모두가 전쟁을 변곡점 삼아 인생의 실타래를 푼다. ◇ 금강산 소풍도, 오일장 추억도 모두 앗아간 6·25 전쟁 서화면은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큰 마을이 있는 지역이었다. 제법 큰 땅을 갖고 농사를 짓는 이가 적지 않았고, 인근에서 가장 큰 오일장이 열릴 정도로 번화했다. 옛 동네 주민 중에는 금강산에서 놀다 온 사람들도 꽤 됐다. 새벽에 집을 떠나 저녁을 먹을 때쯤이면 금강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굽이진 소풍길에 아로새긴 추억도 꽤 된다. 인제
'길은 새로운 길을 낳는다' 1957년 3월 강원 정선군 신동읍 함백역까지 철도가 뚫렸다. 석탄 생산을 위해 건설한 산업철도 함백선이다. `두메 산간 함백탄전에 길다운 길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 소장은 2021년 발간한 '함백, 탄광으로 읽다'에 다음과 같이 썼다. '1957년 3월 9일 영월부터 함백까지 22.6㎞의 산업철도인 함백선도 개통되었다. 두메 산간 마을인 함백은 희망의 땅이 되었다. …(중략)…. 함백에 가면 배고픔이 없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이 함백에 몰려들었다.' ◇ 희망의 땅으로…함백 신도시까지 생겼다 그의 설명대로 길은 척박한 땅 함백을 희망의 땅으로 만들었다. 함백선 개통 3개월 후인 1957년 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가 문을 열었다. 철도가 들어오고, 탄광이 문을 열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1963년 탄광 사택 500가구가 건립됐다. 요즘으로 말하면 함백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함백이 번창하면서 신동읍 인구는 1976년 2만4천699명까지 늘었다. 진 소장은 "함백은 탄광을 낳았고, 탄광은 함백을 먹여 살렸다"고 말했다. ◇ 1966년 예미∼사북∼고한 철도 개통 함백선은 또 다른
세계 110여개국 주민이 거주해 '미니 지구촌'으로 불리는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를 돌며 이색적인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안산시는 '안산 다문화거리 미식 투어'를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다문화거리 미식 투어는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다문화거리를 체험하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이다. 시가 주민 제안사업으로 선정해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안산에 이주해 살고 있는 결혼이주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문화세상 고리'에 운영을 맡겼다. 미식 투어는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가량 운영되며, 중국·일본·인도·태국·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의 식당과 디저트 가게를 찾아가 현지 음식을 맛본다. 하루에 1개 나라를 정해 진행하며, 해당 나라의 결혼이주자가 가이드 역할을 한다. 최대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식사비를 포함한 1인당 1만원이다. 투어 이용자에게는 에코백과 부채를 증정한다. 5월에는 12~13일, 19일 세 차례 투어가 진행돼 총 32명이 참가했다. 미식 투어에 참가하려면 문화세상 고리(☎031-411-1150)에 전화로 문의한 뒤 투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해서 예약해야 한다.
하나투어는 인공지능(AI) 검색을 통해 여행 일정, 상품 추천, 현지 여행 정보 등을 제공하는 '여행정보 AI' 베타서비스를 19일 공개했다. 여행정보 AI는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AI 챗봇 서비스로, 하나투어 앱에서 사용 가능하다. 오는 8월 여름 성수기 전후 정식 서비스 오픈이 목표다. 일정·상품 추천부터 현지 날씨, 맛집, 명소 추천 등 여행 계획을 짜는 데 필요한 정보를 대화형으로 24시간 실시간 제공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기존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질문과 국내 여행 트렌드에 맞게 필터링을 거쳤다"며 "보다 자연스러운 질의응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크림을 바른 뒤 파운데이션으로 피부 결을 정리하고 컨실러로 잡티를 감춘다. 섀도로 눈매를 강조하고 콧대를 세운 뒤 펜슬로 눈썹에 힘을 주고 립밤으로 생기를 더한다. 언뜻 보면 여느 여성의 화장법 같지만, 남성들의 이야기다. 화장하는 남자가 대세다. 과거에는 피부 결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색조를 더한 진짜 '메이크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3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1천1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1월 29∼30일 20∼49세 남성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리포트 2022'에서도 화장하는 남자들의 사례가 잘 드러난다. 리포트에 따르면 남성들의 72%가 기초 화장품으로 피부 관리를 했고, 39.6%가 눈썹 관리를 했다. 손발톱을 관리하는 남성은 18.9%, BB크림과 같은 색조 제품 이용 경험률은 20% 수준이었다. 남성들이 이처럼 화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자 업계에서도 전용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는 2019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제작진이 크론병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닥터 차정숙' 제작진은 10일 JTBC 시청자 게시판에 공식 입장문을 올려 "특정 질환 관련 에피소드로 환자와 가족들께 상처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해당 에피소드는 크론병 증세 중에서도 중증도 만성 합병증을 가진 환자의 특정 케이스를 다루려 했으나 일반적인 크론병의 사례가 아니라는 설명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 전문 지식이 없는 등장인물이 한 대사가 특정 질환에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닥터 차정숙'은 지난 6일 방송분에서 크론병 환자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것은 극 중 크론병 환자를 향해 장인이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냐,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고 말하고, 장모가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라고 덧붙이는 부분이다. 실제 크론병은 소화계에 염증이 일어나는 만성 질환으로, 발병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크론병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만들었다며 이
녹음이 우거지고 곳곳에 들꽃이 핀 조선왕릉 9곳의 숲길이 개방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달 16일부터 경기 구리 동구릉, 남양주 광릉, 남양주 사릉 등 총 9곳의 왕릉 숲길을 한시적으로 개방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에서는 태릉과 강릉 두 능을 잇는 1.8㎞ 길과 의릉 천장산부터 역사 경관림 복원지까지의 970m 구간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경기 동부에서는 구리 동구릉, 남양주 광릉, 남양주 사릉 숲길이 열린다. 구리 동구릉에서는 들꽃과 수변식물 등을 심은 자연학습장도 볼 수 있다. 광릉에서는 금천교에서 능침, 복자기나무 숲 일원으로 연결되는 1.1㎞ 구간을 걸을 수 있다. 경기 서부에서는 파주 장릉, 화성 융릉과 건릉, 파주 삼릉 숲길이 개방된다. 여주에서는 세종(재위 1418∼1450)을 모신 영릉(英陵)과 효종(재위 1649∼1659)의 무덤인 영릉(寧陵)을 잇는 외곽 숲길 3.4㎞ 구간을 걸어볼 수 있다. 이번에 개방되는 조선왕릉 숲길의 총길이는 19.52㎞로, 6월 말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중 서울 의릉, 파주 장릉, 파주 삼릉, 화성 융릉과 건릉 등 4곳의 숲길은 11월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숲길 개방 시간은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케이블카가 3일 운행을 시작했다. 첫 탑승객은 어린이, 장애인, 다문화가정, 어르신 등 8명이다. 이들은 북평면 알파인 플라자 숙암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천381m 가리왕산역까지 3.51㎞ 구간을 20분 만에 올랐다. 첫 탑승자 중 한 명인 전하은 어린이는 "춥기는 했지만, 엄마와 함께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가리왕산에 올라갈 수 있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선군은 정식 운행에 앞서 2022년 12월 1일부터 한 달간 정선군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다. 시범 운영 기간 누적 탑승객은 8천여 명이다. 지난 1일에는 700여 명의 군민이 가리왕산 케이블카를 타고 가리왕산 하봉에 올라 장엄한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며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을 기원하기도 했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산 보존 가리왕산 케이블카 운행 목적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인 알파인 경기장인 가리왕산 곤돌라 시설의 보존이다. 이를 위해 정선군은 가리왕산 하봉 정상에 대피 시설·무방류 순환 화장실·생태탐방 데크 로드, 하부에는 하부 탑승장 증설 및 엘리베이터를 각각 설치했다. 올림픽 때 사용했던 관리사무소는 매표소, 농산물판매소, 휴게공간 등 케이블